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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유지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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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8.12.31


신예작가 유지은 개인전 Accidentally, but eventually

'우연히, 하지만 결국' -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제목이다. 스멀대며 벽에서 기어 나온 것처럼, 벽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털실 뭉치들, 신체의 일부 혹은 은닉된 시체, 어둡고 습한 생명체들을 담고 있는 작품 이미지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 세계는 무엇일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은 무의식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화 과정을 거쳐 욕망의 억제를 '학습'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검열을 통해 시시각각 욕망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 의식세계를 '감히' 넘볼 수 없도록 어딘가에 자체 감옥을 하나씩 품고 있을지 모른다. 사회적 규범에서 비껴나 잠시 긴장을 늦추고 있을 때, '혼자만의 공간에서 잠깐 방심하고 있을 때' 불쑥 자신을 드러내는 바로 그 욕망들! 작가가 보여주려는 것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겨우 감지되는, 의식하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버리고 마는 무의식적 욕망이다. 작가는 욕망의 감옥에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욕망의 침범과 출현을 잠시나마 허용함으로써, '그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되짚어보니 전시 제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연인 듯 보이지만, 억압된 욕망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혹은 우연처럼 보이더라도 모든 현상은 억압된 욕망에서 기인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숨은 욕망에 관한 보고서이자, '그들 them'과 소통하기 위한 자기 내면의 기록인 셈이다. 2008년도 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의 마지막 수혜자인 신예작가 유지은이 보여주는 기묘하고 상상적인 세계는 인사아트센터(12. 31 ~ 1. 5)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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